도서관 마지막 강좌는 91세 할머니께서 요청하신 고흐를 부록으로 준비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어르신에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고흐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한켠, 아릿한 마음이 든다. 정성을 다해 할머니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몇 점 그림으로 나와 고흐의 마음이 할머니께 닿길..
샤임 수틴의 풍경 속 술 취한듯 흐느적이는 집들.
불안하고 불길한 느낌 속에서도 집들은 서로 기대어 세계를 버티고 있다.
그렇게 그림도 버티고 있다.
예술이 남는 건, 기능이나 기술 따위가 아닌 감각 때문이다. 미디어나 유행에 영합하는 순발력이 아닌 시대를 초월한 순수 감각.
고향 크레타섬에서 베네치아와 로마를 거쳐 톨레도에서 꽃을 피우고 막을 내린 엘 그레코의 예술 여정.
르네상스를 넘어 파격적인 표현양식을 창조한 그는 세잔과 피카소, 표현주의 화가들과 잭슨 폴락에 이르기까지 현대 회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엘 그레코, 나의 탈영토화의 출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