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영준이를 어떻게 탓할 수 있겠어...잔디가 자신을 구하고 죽은 것을 알지만 저 안에 친구들이 있다는 걸 알지만 폭력에 대한 공포와 환멸은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었을 텐데...누가 그런 죽고 죽이는 아수라장에서도 멀쩡한 정신을 유지했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어...
자고 일어나면 그토록 그리던 평범한 일상, 즐거운 학교생활, 그리고 정음이 기다리고 있는데 굴다리 생각나게 한 지태와 마리아를 떠올리기도 싫었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굴다리가 들러붙는 것 같았겠지.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굴다리는 영준이를 끈질기게 따라왔고...